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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션 소식과 정보/브랜드 스토리

DIGAWEL 디가웰 꿋꿋하게 걸어가다

by cwp 2021. 10. 13.

패션시장의 유행, 하우스 브랜드로부터 가지를 치듯 내려오는 많은 디자이너들이 영감을 받아 그들이 해석한 유행을 선보이는 것이 일반적인 패션시장의 행보라고 생각합니다. 구찌(Gucci) 알레산드로 미켈레(Alessandro Michele)를 필두로 럭셔리 시장의 반항을 일으킨 루이뷔통(Louis Vuitton)의 버질 아블로(Virgil Abloh) 이들을 따라 한동안 패션시장에는 스트릿(Street) 스타일로 가득했으며, 지금까지도 로고 플레이(logo play)의 붐이 사라지지 않고 있는 것처럼, 국내에서도 미니멀(Minimal) 시장이 즐비하는 최근 비슷한 무드를 보여주는 브랜드들이 보입니다.

 

한때 디올 옴므를 이끌어 오던 크리스 반 아쉐(Kris Van Ache), 벨루티(Berluti) 컬렉션을 몇 시즌 하지 못한 채 나가게 되었으며, 후지사와 히로시(Fujisawa Hiroshi) 사단 중 한 명인 스타성이 있는 니고(Nigo)를 용병술로 기용한 겐조(Kenzo) 이는 패션시장에서도 사업적 영역은 브랜드의 성사를 넘어서 존폐를 논할 정도의 중요한 영역인지라 유행을 역행하며, 독고다이 기질로 이끌어가는 것은 사실상 쉬운 길이 아닐 것입니다.

 

 

꿋꿋한 디가웰 <DIGAWEL>

내수에 대한 소비가 다른 나라들에 비해 높은 일본의 수많은 브랜드들은 시장이 초점을 해외로 타게팅하지 않아도 자국내에서도 많은 소비가 일어나기 때문에 대형브랜드를 제외하고는 거의 해외에서 잘 볼 수 없으니 인지도가 낮은 브랜드들이 많습니다. 디가웰(DIGAWEL) 올해로 15년 차에 접어든 꽤나 연혁이 깊은 브랜드인데도 우리에게는 생소한 것 처럼 말입니다.

 

처음에 찾아보고는 '디가웰 브랜드의 방향성이 무엇일까?' 생각했지만, 그의 과거부터 지금까지의 행보를 보고 옷이란게 소비자인 우리 개인이 브랜드를 이해하는 것보다, 그 브랜드가 보여주는 아름다움을 즐기면 되는 일, 브랜드에 어떠한 테마도 누군가의 시선도 크게 중요하지 않다는 것을 느꼈습니다.

 

전통파 디자이너가 아닌 세일즈 맨 출신인 니시무라 코헤이는 '자신의 취향'을 담을 공간과 상품에 대한 갈증으로 2006년 도쿄 메구로에 소매점을 시작했으며, 처음에는 패션산업보다는 운영하는 소매점의 공간에 중점을 맞추었다고 합니다. 자신이 디자인한 셔츠 몇 점, 가죽제품 등을 그만의 공간에서 소소하게 시작한 디가웰은, 2018년 도쿄 아마존 패션 위크(Tokyo Amazone Fashion Week)에서 우승을 하며 해외에도 이름을 알리기 시작했습니다. 물론 내수가 강한 일본에서는 오랜시간 다양한 팬덤을 보유하고 있었으며, 일본 내 수많은 리테일러는 물론, 브랜드 샵을 2개나 보유했었습니다 (현재는 1개는 닫고, 메인 스토어만 운영하고 있습니다)

DIGAWEL 2018FW
DIGAWEL 2018FW

디가웰에 흥미로웠던 점은 매시즌 컬렉션을 보면 느낄 수 있습니다.

DIGAWEL 2012 SS
DIGAWEL 2016FW

 

그리고 이후,

DIGAWEL 2019SS
DIGAWEL 2021FW

보통은 자신이 가진 테마에서 다양하게 변주를 하지만, 매년 완전히 새로운 모습을 선보이는 모습이 참으로 대단하다고 느꼈습니다. 미니멀, 펑크, 아메리칸 케주얼, 고프코어 등 다양한 장르를 넘나드는데, 니시무라 코헤이가 머릿속에 얼마나 많은 다양성을 그리고 있는지 여실히 느껴졌습니다. 하나로 정의할 수 없으며, 매번 어디로 튈지 모르는 매력이라고 하겠습니다.

 

이러한 디가웰의 모습에 지속적인 팬덤이 생기기 쉽지 않은 것은 맞습니다. 미니멀한 스타일을 좋아하던 사람이 디가웰을 입다가 다음 시즌에 갑자기 아메리칸 케주얼로 돌변하기도 하니까요. 더불어, 미니멀한 스타일이 유행할 때는 맥시멀하고 과감하게 표현하기도 하고, 스트릿이 유행할 때, 펑크한 모습을 보여주기도 하고, 유행을 반하는 모습이 브랜드의 팬이자 소비자로서 존경스럽기는 합니다.

 

물론, 이러한 모습이 누구에게나 환영받는 것은 아니기도합니다. 해외 딜러샵을 살펴보니, 18년 이후 늘었던 딜러샵들이 최근에는 많이 줄어든 모습을 볼 수 있으며, 일본 내에서도 평을 보면 매 시즌 호불호가 극과 극으로 달리기도 합니다.

 

 

디가웰(DIGAWEL), 니시무라 코헤이(Nishimura Kohei)의 자아실현

니시무라 코헤이는 자신의 세계관외 요소들은 거의 신경을 쓰지 않는 것 같습니다. 디가웰(DIGAWEL)의 스토어도 2개였으나 1개를 닫은 것을 보면 분명 자금에 관한 일련의 이슈가 있었을 태지만, 이것 때문에 유행을 따라가며 판매에 급급해하지 않는 것을 보면 그에게 디가웰(DIGAWEL)은 스스로를 세상에 표현하는 '자아실현'의 모습, 자신을 표현하는 브랜드가 자신 외 타협을 하는 순간 그가 그려온 디가웰(DIGAWEL)의 모습이 없어지기 때문이 아닐까라고 생각합니다.

Nishimura Kohei at Tokyo Fashion Award

유행을 선도하지 않더라도, 자신만의 꿋꿋하게 걸어가는 디가웰(DIGAWEL) 같은 브랜드가 있기에 패션이 즐겁지 않나 생각합니다. 앞으로도 니시무라 코헤이(Nishimura Kohei)가 보여줄 재미난 스타일들을 기대해봅니다.

 

  • 나에게 패션이란 시즌 마다 분위기를 바꿀 수 있는 게임이다. 매번 같은 스타일로 인정받고 싶지 않다.                  - Nishiura Kohe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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